내가 은행에 100만원을 맡기면, 은행은 그 100만원을 금고에 그대로 넣어두지 않습니다.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줍니다. 이때 은행이 반드시 남겨둬야 하는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지급준비율의 기본 개념
은행이 예금자들에게 받은 돈 중 중앙은행(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거나 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이 10%라면, 100만원의 예금을 받았을 때 10만원은 남겨두고 나머지 90만원을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제도가 있을까
지급준비율은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 예금자가 돈을 찾으러 왔을 때 은행이 지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현금을 확보해 은행의 지급 능력을 보장합니다. 둘째,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면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어, 금융 정책의 수단으로도 쓰입니다.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돈이 줄어 시중 통화량이 줄고, 내리면 반대로 늘어납니다.
신용창조와의 관계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해주면, 그 대출금이 다시 다른 은행에 예금되고, 그 은행은 또 일부만 남기고 대출해주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처음 예금한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 시중에 도는 효과가 생기는데, 이를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지급준비율이 낮을수록 이 신용창조 효과는 커집니다.
그런데 만약 모두가 한꺼번에 돈을 찾으려 하면?
지급준비율만큼만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이다 보니, 예금자들이 동시에 돈을 찾으려고 몰리면 은행이 그 요구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뱅크런이라고 부르는데,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글에서 다룹니다.
지급준비율은 자주 바뀌는 정책일까
기준금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마다 조정 여부가 논의되지만, 지급준비율은 상대적으로 자주 바뀌지 않는 정책 수단입니다. 그래서 뉴스에서 지급준비율 자체보다 기준금리 인상·인하가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이며, 지급준비율은 은행 시스템의 기초 체력을 관리하는 배경 장치에 가깝습니다.